내가 빠진 구멍은 아무래도 좀 더 깊은 구멍인 거 같다.
그 동안은 어렸기 때문에 어떻게든 구멍이 아니라고 생각하던가
시야를 돌려서 하늘을 봤기 때문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내 스스로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이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후달린다' 라는 것이지
집에 있어도 마음이 편치 않다. 한 마리의 백수가 된 느낌이야.
왜냐하면 내가 그만큼 노력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 백수라는 표현이 딱 알맞는다
그래서 집 밖으로 나가고 싶다. 하지만 집 밖으로 나가면 돈을 써야 하잖아? 그러니까, 이게 바로 백수의 마음인거야
아르바이트야 할 수 있다 얼마든지. 사실 구한다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일할 수 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러고 싶다. 그래서 돈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내 마음도 좀 달래주고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자괴감에서부터도 도망가고 싶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나는 결국은 똑같이 서있는건데 눈 가리고 아옹~하고 우는 정도다
그래서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고 있다. 이 좁은 방 안에서. 가끔은 밖으로 나가보기도 하고.. 그렇게 ..
지금 내게 무언가 필요하다
강한 갈증이 있다
나에게는 답이 필요하다. 답이 없다면 적어도 방향만이라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다 엉켜버렸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였지? 자본주의를 싫어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핍박받고 누군가는 칭송받고
그 메인 스트림에 들어가지 않으면 다 쓰레기라는 생각, 그 생각이 싫었다. 꼭 돈 많이 벌고 남들보다 잘나야만 행복할 거라는
그 의식이 싫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렇게 살기 싫었으니까. 하루에 20시간씩 일하고 주말엔 쓰러져 자고
사람 만나서 할 얘긴 돈 얘기 밖에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런 삶을 동경하고 또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추켜세웠다
나는 추켜세움 당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날 동경하길 바랬다
다른 사람들이 날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하려면 난 그 메인 스트림에 어떻게든 합류해야만 했다
근데 난 그 메인 스트림이 싫었어. 그 삶의 방식이. 그렇게 노력하고 싶지도 않았어. 거기에서부터 일차 딜레마가 생겼다.
통상 말하는 못사는 사람들을 만났어. 빈곤층을 만나보고, 소수자들을 만나봤는데. 왠지 모르게 질렸다.
무서웠다. 저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저렇게 살면 사람들한테 무시를 받는구나, 무시를 받는 삶은 이런거구나.
나는 저러고 싶지 않았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꼬였다. 꼬인거지 생각이.
그 다음이 아마 사회적 기업이었던 거 같다. 착한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좋았다.
남들에게 떳떳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하면서도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이 금상첨화였다
마음 한 켠에는 계속 질문이 있었다. 과연 사회적 기업이 잘 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영 추레해보이는데, 못 나가는 거 같은데..
잘 나가면서도 착해야하는데. 착한 사람은 잘 나갈 수 없을까?
그 다음이 벤처가 된거였다.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도 잘 살 수 없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돈을 만이 벌 순 없을까?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하고싶은 일을 해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돈을 많이 벌고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벤처를 만든 사람들은 '하고싶은 일을 해라'고 말하지만 돈을 그닥 많이 벌진 않았고 선망의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사람들이 '어디 한 번 잘못되기만 해봐라'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었다.
그러니까 .. 이 생각들 중 어느 한 문장이 잘못되었던걸까?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결핍은 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걸까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일까?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이 일이 50대의 나에게 혹은 80대의 나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까?
내가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다른 사람들이 날 깔보진 않을까?
결국 이름만 대면 다들 알법한 회사에 들어가야만 내 자신의 가치가 명확하게 결정되는걸까?
그렇다면 그 자신의 가치라는 것은 뭐지? 친구들이 날 더 좋아해주는건가? 아님 모르는 사람들이 날 인정해주나?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는 걸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과연 내가 번듯한 회사에 취업이 되었을 때 씻은듯이 사라질까?
대체 무엇이 날 몰아가고 있는 거지?
사실 지금 가장 답답한 건 이 문장 하나인 거 같다 ..
대체 무엇이 날 어디로 몰아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 자신인지.. 사회인지.. 아니면 주위 사람들인지.. 결국 나인지..
그리고 그 어디가 어디인지도 ......